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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코로나19 빅데이터 분석
집 밖 문화생활, 집안으로 들어와
“비대면 콘텐츠 투자와 지원 필요”

코로나19 일상생활 관련 빅데이터 분석 결과(자료=문체부)
코로나19 일상생활 관련 빅데이터 분석 결과(자료=문체부)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 밖에서 즐기던 문화생활이 집 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동행복권파워볼

13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일상생활 관련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전후로 비교할 때 ‘(문화 콘텐츠를) 보다’의 연관어 가운데 가장 높은 언급량 증가율을 보인 분야는 콘서트(45.9%)였다.

이어 드라마(45.1%), 독서(42.1%), 웹툰(38.6%), 클래식(27.1%), 게임(19.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콘서트·피아노·클래식·노래 등 음악 분야와 관련한 연관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공연장에서 즐기던 콘서트와 클래식이 비대면 온라인 공연으로 바뀌면서 집 안에서 즐길 수 있게 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콘서트의 주요 연관어로는 ‘방탄소년단’(BTS), ‘트와이스’와 함께 ‘소통’, ‘유튜브’가 나와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콘서트를 보면서 소통하는 것을 반영했다.

클래식 연관 핵심어로는 ‘조성진’ 외에 ‘무료’, ‘동영상’이 등장해 집 안에서 부담 없이 공연을 즐겼음을 시사했다.

드라마의 주요 연관어는 ‘집콕’, ‘넷플릭스’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다시보기, 몰아보기를 한 경험담을 공유했다.

독서의 핵심 연관어는 ‘아이’, ‘엄마’, ‘독서모임’, ‘책스타그램’, ‘전자책’, ‘오디오북’ 등으로 조사됐다.

게임의 최상위 연관어는 ‘동숲’(동물의 숲)으로 코로나19 전 대비 언급량이 2611% 급증했다.

경쟁으로 긴장감을 높이는 다른 게임과 달리, 느리고 단순한 설정으로 지친 마음을 치유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문화 콘텐츠 소비 방식과 관련해서는 ‘생중계·실시간·채팅’ 언급량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각각 168%, 81%, 67% 급증해 실시간 소통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여행의 경향도 변화했다. ‘다니다’ 연관어 중 ‘차박’ 언급량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223% 증가했다.

등산, 캠핑, 글램핑 언급량도 각각 55%, 37%, 36% 증가하며 한적한 여행지에 대한 선호를 나타냈다.

이에 반해 산악회·케이블카 등 여럿이 함께하거나 밀집된 장소에 대한 언급은 각각 11%씩 감소했다.

자가용을 이용한 ‘근교 드라이브’ 언급량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99% 높아진 반면, 여럿이 이용하는 ‘기차’ 언급량은 10% 감소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일(1월 20일) 전후로 약 1년간(2019년 7월∼2020년 8월) 국민 일상생활과 관련된 SNS와 커뮤니티 게시물 약 1400만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조현래 문체부 국민소통실장은 “공연 예술가와의 실시간 소통이나 가상현실(VR) 등 기술 활용에 높은 관심을 나타낸 것처럼 비대면 문화콘텐츠가 코로나19 시대에 일상을 즐기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며 “다양한 비대면 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일상생활 관련 빅데이터 분석 결과(자료=문체부)
코로나19 일상생활 관련 빅데이터 분석 결과(자료=문체부)

윤종성 (jsyoon@edaily.co.kr)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경회루에서 '2020년 제6회 궁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2020.10.1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경회루에서 ‘2020년 제6회 궁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2020.10.1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국내 최대규모 궁궐 활용 전통문화축제 ‘궁중문화축전’이 지난 10월1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약 한 달간의 온-오프라인 일정을 마무리했다.동행복권파워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한국문화재재단은 개최 6년 만에 처음으로 봄이 아닌 가을에 4대궁(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과 종묘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궁중문화축전’이 지난 8일 폐막했다고 13일 밝혔다.

올해 행사는 총 30개의 프로그램을 온라인(18개), 오프라인(12개)으로 나눠 선보였다. 오프라인 프로그램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현장 참여인원을 최소화해 약 1만3000여명이 참석했으며, 온라인 콘텐츠는 궁중문화축전 누리집, 게임(마인크래프트), 유튜브, 블로그, TV방영(KBS1)을 활용해 약 216만의 조회수를 달성했다. 축전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약 386만의 조회수를 달성했다.

개막과 동시에 약 9일간 다채로운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집중 운영한 ‘오프라인 주간’에서는 4대궁에서 ‘궁궐 속 치유, 창덕궁 약방’ ‘혼례, 힙하고 합하다’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특히 경복궁의 아름다운 누각 경회루를 배경으로 심청의 이야기를 그린 최첨단 수상 미디어 공연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와 춘당지 숲길을 빛의 황홀경으로 가득 채운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 달빛 어린 창덕궁의 밤에 흠뻑 취해볼 수 있는 ‘창덕궁 달빛기행-두 번의 달을 보다’ 등 사전예약이 필요한 프로그램의 경우 뜨거운 관심 속에서 표 구매개시 2분 만에 전회차가 매진되기도 했다.

어린 관람객을 위해 인기리에 운영되던 ‘어린이 궁중문화축전’은 코로나19로 인해 ‘랜선 어린이 궁중문화축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세계적인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마크로 만나는 궁’은 약 2만명의 이용자가 참여했고, 4명의 크리에이터 합동방송은 약 25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드는 배달형 제작 꾸러미 ‘궁중문화축전을 집으로 배달합니다’는 1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4차에 걸쳐 1200명에게 배달돼 집에서 안전하게 축전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가수 노라조와 ‘독도는 우리땅’의 박문영 작곡가의 협업으로 제작한 ‘역사야, 노라조!’는 ‘#수능필수곡’이라는 검색어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축전을 즐길 수 있도록 대국민 참여형 콘텐츠, 온라인(틱톡)을 활용한 ”둠칫궁칫’ 댄스 챌린지’를 열어 전용 누리집에 공개하자마자 동시에 8만여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0년 제6회 궁중문화축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문화재청 누리집, 한국문화재재단 누리집, 궁중문화축전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축전 기간 내 공개된 130여개의 온라인 프로그램은 궁중문화축전 유튜브에서 계속 관람할 수 있다.

lgirim@news1.kr

19일’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

[서울신문]

경기도극단의 신작 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로 26년 만에 다시 뭉친 한태숙 예술감독 및 연출(왼쪽부터), 정복근 작가, 배우 손숙. 모두 일흔을 넘긴 나이에 연극 경력만 합쳐도 150년에 달하는 세 사람의 연극을 향한 열정은 마치 지나온 시간과 비례하는 듯 뜨겁다.경기아트센터 제공
경기도극단의 신작 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로 26년 만에 다시 뭉친 한태숙 예술감독 및 연출(왼쪽부터), 정복근 작가, 배우 손숙. 모두 일흔을 넘긴 나이에 연극 경력만 합쳐도 150년에 달하는 세 사람의 연극을 향한 열정은 마치 지나온 시간과 비례하는 듯 뜨겁다.경기아트센터 제공

“연극이 아니면 죽어 있는 거나 다름없어. 크게 뽑아서 더 열심히 외워야지.”엔트리파워볼

나이 일흔여섯, 배우 손숙은 황반변성으로 눈이 침침하다면서도 이제 좀 쉬어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목청을 높였다. 그에게 무대 연기를 하지 않는 삶은 숨만 쉬고 밥만 먹는 것과 같다. 글자를 크게 키워 대본을 뽑아 달달 외우고, 무대에서 땀 흘리는 게 진짜 삶이라고 몇 번을 강조했다.

손숙은 오는 19일부터 열흘간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 무대에 오른다.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히 활약해 왔지만 이번 무대는 새삼 특별하다. 한태숙(70) 연출, 정복근(74) 작가와 함께하는 작품이어서다. “우리 셋 나이를 합치면 200살이 넘는다”며 연거푸 웃음을 쏟아 내는 이들의 연극 경력만 더해도 150년에 달한다. 작업을 같이 하는 건 1994년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후 26년 만이다.

이들이 풀어낼 주제는 가볍지 않다. 고위 공직자의 아내 성연이 대학 총학생회 회장으로서 시위에 나간 운동권 딸을 찾아 나서며 겪는 이야기들로 우리 사회에 깊게 박힌 좌우 진영논리, 이념 갈등을 들여다본다. 손숙은 월북 시인 임화의 부인 지화련으로 분한다. 정 작가가 몇 년 전부터 써 둔 대본인데 지금 내놔도 딱 맞는 이야기일 만큼 갈등의 골은 좁혀지지 않았다. “젊을 땐 사회에 대한 분노가 컸다면, 지나온 모든 것을 지켜보며 성장한 지금은 우리가 서 있는 시점이 과연 어디인지 생각하게 되죠. 우리가 바라던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지 묻고 싶었어요.”(정 작가)

쉽지 않은 화두다 보니 한 연출과 정 작가는 물론 스태프 사이에서 매일 몇 시간씩 토론하고 때론 고성이 오갈 만큼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어휴, 어제도 무대감독이랑 한바탕했어.” 한 감독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그게 바로 연극”이라고 손숙이 받아쳤다. 세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지점이다.

세 거장과 20~30대 경기도극단 단원 18명이 함께 빚는 무대라는 점도 특별함을 더한다. “이상하게 연습실에서 연극하는 아이들이 나는 늘 가슴이 짠해. 왜 그런지 몰라”라며 손숙이 안쓰러워하자 한 감독이 곧바로 “그래도 걔네는 월급 받아”라고 맞받아쳤다. 원로들의 끝없는 주거니 받거니에 인터뷰가 점점 길어졌다.

새까맣게 어린 후배들이 마냥 짠하고 안쓰러울 만큼 고된 작업들을 어떻게 평생 해 왔을까. “배우가 되기 전에 극장에서 연극을 보며 굉장히 큰 용기와 위로를 받은 기억이 또렷하다”는 손숙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마음이 아프면 극장에 가라는 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분명 그들만의 이유도 있다. “평생 놀 줄도 모르고 연극만 해 온 사람들이에요. 연극을 안 하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죠.”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가수 연영석·작곡가 박은영 등 뮤지션 4명
각자 개성·사회 비판 메시지 등 녹여 추모곡 발표

[서울신문]

연영석
연영석

“전태일의 외침에 더 귀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노래가 됐다. 1970년 11월 13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앞에서 청년 전태일이 자신을 불사른 지 50년이 지난 오늘. 가수 연영석, 작곡가 박은영, 노래패 꽃다지의 정윤경씨, 클래식 전공자인 강전일 작곡가가 각자의 개성을 녹여 곡을 만들었다.

정윤경
정윤경

전태일 50주기 범국민행사위원회가 유튜브 ‘전태일 티비’에 차례로 공개한 노래에서 이들은 그때의 청년 전태일로 돌아가기도 하고,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27년째 거리의 노동자들을 위해 노래하는 연영석씨는 ‘11월 12일+1’에서 분신 전날 밤 스물두 살 전태일에 주목했다. “한국 사회에 너무나 상징적인 분이라 곡 작업이 어렵게 다가왔다”는 그는 “노동자들의 시민권이 열사의 요구만큼 확보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참여했다”고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그 밤 어머니의 등을 보며 전태일의 심정이 어땠을까 떠올렸다”며 “그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으로 쓴 곡”이라고 덧붙였다.

스물네 살 청년 작곡가는 전태일의 친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강전일 작곡가의 ‘아직도 그댈 그리네’는 서정적인 장조에 블루스 등 대중 음악적 요소를 적극 가미했다. 기존 민중가요가 낯설다는 또래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단조의 무거운 분위기를 탈피하면서도 본래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 가사에 먼지 투성이, 작은 다락방, 어린 동심 등 특징적 표현을 사용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전일
강전일

어린 시절 만화책으로 전태일을 접한 뒤 대학생 때 ‘전태일 평전’을 읽고 관심을 키웠다는 그는 전태일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결성된 이소선 합창단의 작·편곡가로도 활동 중이다. 강 작곡가는 “이미 노동자이거나 노동자가 될 20대가 전태일 정신을 본받아 더 나은 노동환경을 가꾸어 나갔으면 한다”며 “대학생 친구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는 열사의 바람을 지금의 20대가 연대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영
박은영

반세기가 지나도 나아지지 않은 현실도 놓치지 않는다. ‘전태일다리에 서서’(박은영 작곡)에는 “스크린 도어 좁은 틈새에 (중략)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컨베이어 벨트에 끌려 나는 매일 죽어간다”는 절규가 담겼다. 정윤경씨가 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은 “오늘도 일곱 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만든/ 그런 무리들에게 철퇴를 내리지 않으며/ 감히 사람이 먼저라는 말을 할 수 없지”라는 신랄한 비판을 보탠다.

기획에 참여한 꽃다지 민정연씨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면서 노동자의 삶과 사회 부조리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곡들”이라며 “노래를 들으며 우리 주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한 번쯤 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단편집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
“이상하면서도 탁월하다” 선정
한강 『채식주의자』 이후 두번째
번역한 재닛 홍 “문학도 한류 열풍”

소설가 하성란(왼쪽 사진)은 지난해에도 『옆집 여자』(미국에선 제목 ‘곰팡이꽃(Flowers of Mold)’으로 출간)로 미국 출판계에 이름을 알렸다. [중앙포토]
소설가 하성란(왼쪽 사진)은 지난해에도 『옆집 여자』(미국에선 제목 ‘곰팡이꽃(Flowers of Mold)’으로 출간)로 미국 출판계에 이름을 알렸다. [중앙포토]

미국 출판계 최고 권위 서평지인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올해의 책 톱 10(2020 Best Books Top 10)’에 선정된 한국 책이 있다. 하성란(53) 작가의 2002년 소설집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다. 영문판 제목은 ‘Bluebeard’s First Wife’.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이 매체가 발표한 10권에 퓰리처상 수상 극작가 아야드 아크타르의 신작 소설 등과 나란히 이름이 올랐다. “어둡고 이상하면서도 응집력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작가의 탁월함을 보여준다”는 평과 함께다. 하성란·권여선·배수아 등 한국문학작품을 20년간 영미권에 소개해온 한국계 캐나다인 번역가 재닛 홍(40)이 현지 출간을 추진하며 번역을 맡았고, 지난 6월 미국 로체스터대 산하 ‘오픈 레터 북스’에서 출판했다. 대산문화재단이 번역 지원했다.

하성란 작가는 지난 10일 전화인터뷰에서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번역가 재닛 홍. [사진 대산문화재단]
번역가 재닛 홍. [사진 대산문화재단]

‘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의 책 톱 10’에 한국문학이 선정된 건 이창래, 수잔 최 등 재미교포 작가의 영어소설을 제외하면 2016년 맨부커상 수상작인 한강의 『채식주의자』 밖에 없었다. 『푸른 수염…』은 씨랜드 화재 참사(‘별 모양 얼룩’), 시골 순경의 총기 난사(‘파리’), 인간 사냥(‘밤의 밀렵’), 성범죄(‘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일상의 사회 문제를 장르적으로 비틀어낸 단편집이다. 국내에선 “미스터리적 요소와 컬트 영화적 감각을 주목할 만하다”(한기욱 문학평론가)는 호평을 받았지만, 1만5000부 판매에 그쳤다.

하 작가는 지난해 『옆집 여자』(미국에선 제목 ‘곰팡이꽃(Flowers of Mold)’으로 출간)로 ‘펜 아메리카 문학상’ 번역서 부문 예비후보에 오르며 미국 출판계에 이름을 알린 상황. 북미 최대 독립출판 전문 사이트 ‘북 라이엇’은 지난해『옆집 여자』를 ‘역대 최고 여성 작가 번역 단편소설 20선’에 꼽은데 이어 『푸른 수염…』을 ‘2020 소규모 출판 기대작 30선’ 등 수차례 기사로 다뤘다.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 영문판 표지. [사진 오픈레터 북스]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 영문판 표지. [사진 오픈레터 북스]

『푸른 수염…』이 프랑스 작가 샤를르 페로의 ‘푸른 수염’ 등 서구에도 알려진 고전동화를 낯설게 변주한 점도 흥미를 끌었다. ‘피리 부는 사나이’ ‘파우스트’를 현대 무대의 가족 괴담으로 재해석한 단편도 있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은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의 탈진과 좌절은 하성란의 으스스한 필체와 맞물려 우리의 세계가 어떤 동화처럼 어두울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한국계 작가 수잔 최는 “재닛 홍의 칼날처럼 반짝이는 번역”에도 공을 돌렸다. 하 작가도 “『푸른 수염…』이 시대 차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마도 재닛씨가 지금 한창 살아있는 단어로 제 소설을 새로 쓴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면서 “한국문학의 번역 지원이 더 충분해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두 살 때 캐나다에 이민을 간 재닛 홍은 대학 시절 『옆집 여자』로 코리아타임스 한국 문학 번역상 대상을 받으며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달 미국만화산업대표상인 하비상 최우수 국제도서 부문에서 수상한 김금숙 작가의 그래픽노블 『풀-살아있는 역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도 번역했다.

재닛 홍은 e메일 인터뷰에서 한류 열풍의 영향을 들며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다. 10년 전만 해도 지금만큼 한국문학에 관심 없었다”며 “세계적으로 한국문학이 점점 더 관심을 받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오픈 레터에 『옆집 여자』를 소개해 출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이 작품이 호응을 얻으며 자연스럽게 하 작가의 다음 작품을 출판하게 됐다”고 돌이켰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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